BBC, 영화 기생충 '반지하' 조명..."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곳"
BBC, 영화 기생충 '반지하' 조명..."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곳"
  • 남주현 기자
  • 승인 2020.02.1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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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허구지만 반지하는 진짜"
영화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 포스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외신들의 주목을 받으며, 그 열풍을 이어 영화 속 배경인 한국의 ‘반지하(banjiha)’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BBC는 10일(현지시간)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르포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반지하를 우리말 그대로 옮겨 ‘banjiha’로 표기하면서 반지하의 역사를 다루는가 하면, 실제로 반지하에 사는 서울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등 사진과 함께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BBC 방송은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Parasite)‘은 허구의 작품이지만, 반지하는 그렇지 않다(허구가 아니다)“면서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반지하에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본적으로 햇빛이 없는 반지하. 빛이 거의 없어 식물도 살아남기 힘들고,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반지하를 들여다볼 수 있다. 10대들은 가끔 반지하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땅에 침을 뱉는다. 여름에는 견딜 수 없는 습기와 급속도로 퍼지는 곰팡이와 싸운다”

BBC는 실제 서울의 한 반지하에 거주하는 물류업 종사자 오기철(31)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지하를 이같이 묘사했다.

오씨는 인터뷰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반지하를 선택했고, 그로 인해 나는 많은 돈을 저축하고 있다. 이제 익숙해졌고,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사람들이 본인을 동정하는 시선에 대해 아쉬움을 토해내며 “한국에서는 멋진 차나 집을 소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지하는 가난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반지하에 사는 수천 명의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BBC는 전했다.

특히 BBC는 반지하가 한국 건축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북한과 남한 사이의 갈등‘에서 나온 역사의 산물이라고도 소개했다.

1968년, 북한 특공대원들의 청와대 습격 사건 등을 계기로 남북 간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하여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실을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고 BBC는 소개했다. 

이런 반지하 공간을 거주지로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1980년대 주택난으로 위기가 찾아오면서 충분한 주택을 공급할 능력이 없는 정부는 반지하를 거주 시설로 합법화해야만 했다. 이후 반지하가 주요한 거주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반지하가 급격히 치솟는 집값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반지하 거주자들은 가난하다는 사회적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BBC는 덧붙였다.

더불어 BBC는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김씨 가족의 몸에서 나는 집안 냄새를 “지하 냄새다.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영화 일부 장면을 얘기하며 또 다른 반지하 거주자의 인터뷰를 언급했다.

반지하에 거주 중인 사진작가 박영준(26)씨는 “영화 ’기생충‘의 이 장면을 보고 난 후 그 냄새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씨 가족과 같은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해 여름, 그는 수많은 향초를 태우며 매일같이 제습기를 켰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이 영화가 그의 아파트를 수리하고, 꾸미도록 동기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반지하에 산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BBC는 ’기생충‘을 작고 어두운 지하에 살고 있는 가난한 한국 가정과 서울의 한 멋진 집에서 살고 있는 부유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놀라운 흥행작이라면서, 가진자와 못 가진 자의 꼬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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